선교게시판
12월 _폴란드에서 전하는 하나님의 온기
사랑하는 동역자 여러분, 그리고 고국의 교회와 성도님들께 문안 드립니다.
지난주 이곳 루블린에는 제법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하얗게 변해버린 세상을 바라보며, 문득 한국의 소식을 떠올립니다. 여러모로 들려오는 고국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소식에 마음 한편이 아리기도 합니다. 춥고 시린 계절을 지나고 계실 한국의 성도님들과 교회 위에, 눈을 녹이는 따스한 햇살 같은 하나님의 위로가 함께하시기를 이곳 폴란드에서 간절히 기도합니다.
지난 10월과 11월, 저희 부부는 이곳에서 하나님께서 행하신 놀라운 일들로 감사를 드렸습니다. 그 은혜의 현장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벼랑 끝에서 만난 피난처, 나타샤 가족 이야기
지난 10월 중순부터 약 3주간, 나타샤 가족이 저희 센터에 머물렀습니다.
나타샤는 전쟁 중인 자포리자에서 한국 선교사님을 도와 함께 사역했던 자매입니다. 전쟁 발발 후 폴란드로 피난을 나와 지난 3년 동안 한국 선교사님의 도움으로 센터를 관리하며 지내왔습니다. 하지만 폴란드의 난민 지원이 중단되면서 생활이 어려워졌습니다.
특히 사진에 보이는 작은아들이 장애가 있어 일을 하며 아이를 학교에 보내기가 쉽지 않았고, 77세의 고령인 어머니 또한 돌봄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기존에 도움을 주시던 선교사님의 후원마저 끊기게 되어, 결국 난민 지원 체계가 잘 갖춰진 독일로 이주를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버스에 몸을 싣고 독일 국경에 도착했으나, 행정적인 문제로 입국이 거절되어 다시 폴란드 바르샤바에 있는 쉘터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저희는 독일로 잘 간 줄만 알고 연락을 했다가 이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바르샤바로 달려갔습니다.
작은 방에서 네 식구가 코로나와 독감에 걸린 채, 추방이라는 아픈 경험까지 겹쳐 망연자실해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정 선교사가 우리 집으로 데려가자고 제안했고, 다음 날 가족들을 루블린 센터로 데려왔습니다.
저희 부부 또한 과거 두 번의 추방과 회복을 통해 다시 사역하게 된 경험이 있기에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나타샤 가족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센터에서 잘 먹고 쉬며 회복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함께 기도하고 산책도 하며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구했습니다.
3주 정도 지난 후, 독일 내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 단체와 연락이 닿아 다시 입국을 시도했고, 다행히 지금은 독일의 어느 작은 마을에 무사히 정착했습니다. 나타샤 가족이 독일에 잘 정착하고, 자녀인 사샤와 장애를 가진 파샤가 건강한 그리스도인으로 뿌리 내리기를 소망합니다.
세례의 감격과 감사의 고백
11월 둘째 주일, 루블린 ‘하나님의 빛 교회’에서 다섯 명의 성도가 침례(세례)를 받았습니다.
이들은 제가 루블린에 오기 전부터 예수님을 믿던 자매들입니다. 그중 한 명은 정교회 출신으로 개신교 세례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으나, 하나님의 은혜와 인도하심으로 마음을 열고 이번에 순종하게 되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성도들은 침례를 받는 전통이 있어, 이를 위해 침례탕을 구입하여 예식을 진행했습니다. 온 교우들의 축복 속에 예식을 마치고, 함께 준비한 점심을 나누며 귀한 교제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또한 추수감사절에는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든 성도가 감사의 찬양을 드렸습니다. 전쟁을 피해 폴란드에 정착하기까지 베풀어 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며 감사하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예배 후에는 전쟁터에 있는 우크라이나 군인들에게 위문 편지를 썼습니다. 편지를 쓰며 그들을 위해 눈물로 기도하고 하나님의 은혜를 구했습니다. 정 선교사도 위문 카드를 쓰며 이 기도에 마음을 모았습니다. 전쟁의 아픔 속에서도 감사를 잃지 않는 우크라이나 성도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은혜였습니다.
예배의 감격이 흐르는 교회, 5개 교회 연합 청년 수련회 준비
지난달 기도 편지에서 나눈 것처럼, ‘하나님의 빛 교회’에는 매주 새로운 성도들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저는 계속해서 말씀을 전하고 성도들과 교제하는 데 힘쓰고 있으며, 매주 목요일 저녁에는 뜨거운 기도회로 모이고 있습니다. 우리 교회가 초대교회처럼 떡을 떼고 말씀을 나누며, 하나님을 찬양하는 거룩한 처소가 되어가고 있음에 감사합니다.
다가오는 성탄절을 맞아 칸타타도 열심히 준비 중입니다. 12월은 성탄과 연말 행사로 분주하겠지만, 주님 탄생의 기쁜 소식이 우크라이나 성도들에게 진정한 희망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이번 주에는 리더십 회의를 통해 중요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내년(2026년) 8월 마지막 주, 폴란드 내 5개 우크라이나 교회가 연합하여 청년(16세 이상) 수련회를 개최하기로 했습니다. 이미 장소 예약은 마친 상태이며, 저희 ‘하나님의 빛 교회’가 중심이 되어 수련회를 준비하게 됩니다.
적지 않은 재정과 준비 과정이 필요하지만, 이 연합 사역을 통해 일하실 주님을 기대하며 공급해 주실 은혜를 바라보고 담대히 나아가겠습니다.
새로운 사역의 지경을 넓히다(센터오픈)
지난 10월부터 루블린에 아파트를 렌트하여 센터를 오픈했습니다. 작년부터 센터 사역을 위해 꾸준히 기도해왔는데, 하나님께서 마침내 좋은 장소를 예비해 주셨습니다.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임대가 쉽지 않아 3개월 동안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루블린 중심가인 올드타운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아파트를 얻게 되었습니다. 현재 이곳에서는 매주 월요일 청년 셀모임과 여성 모임이 진행되고 있고, 미용 봉사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내년부터는 한글 교실을 비롯해 다양한 교육 사역들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바르샤바에 있을 때는 난민 센터에 거주하는 분들을 주로 섬겼다면, 이곳 루블린에서는 정착한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돌보며 사역의 폭을 넓히고 있습니다.
또한 감사하게도 저희 센터가 우크라이나에서 폴란드 바르샤바 등으로 이동하는 길목에 위치해 있어,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서 사역하시는 한국 선교사님들의 쉼터가 되고 있습니다. 벌써 세 가정의 선교사님이 머물다 가셨습니다. 매일 밤 드론과 미사일 소리에 시달리다 이곳에서 평안한 밤을 보내시는 모습을 보며, 여전히 치열한 우크라이나의 전쟁 상황을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이 센터를 통해 많은 우크라이나 사람에게 소망과 기쁨이 흘러가고,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가 머무는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바르샤바 한인교회 '선교 DNA 아카데미' 강의
지난달에는 바르샤바 한인교회 창립 33주년 기념 주일 감사예배에서 말씀을 전했습니다. 타국 땅에서 모처럼 모국어인 한국어로 마음껏 설교할 수 있어 저에게도 큰 은혜의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지난 6주간은 ‘선교 DNA 아카데미’를 개설하여 선교 훈련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바르샤바 한인교회를 선교적 교회로 세우고자 하는 담임 목사님의 귀한 결단으로 시작된 사역입니다. 과거 제가 오륜교회에서 사역할 때 사용했던 훈련 내용을 이곳 디아스포라 한인교회의 상황에 맞게 수정하고 보완하여 나누었습니다.
감사한 것은 그동안 수요예배 참석 인원이 평균 4~5명이었는데, 이번 선교 아카데미 기간에는 17명의 성도가 출석하는 놀라운 변화가 있었습니다. 주재원 파견 등으로 3년이면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는 성도들이 대부분이라 목회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지만, 이번 훈련은 성도들에게 선교의 본질과 선교적 삶에 동참하는 방법을 심어주는 귀한 기회였습니다.
지난주로 6주간의 강의는 모두 마쳤고 잠시 머물다 떠나는 디아스포라의 삶이지만, 그들이 서 있는 곳이 선교지임을 깨닫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 30년 이상 사역하시며 수많은 교회를 개척하고 신학생을 양성해 오신 선교사님 부부가 저희 센터를 방문해 주셨습니다. 선교사님께서는 오래전부터 제2의 사역을 위해 한방 의술을 익히셨는데, 이번에 그 귀한 달란트로 ‘하나님의 빛 교회’ 우크라이나 성도들을 위한 한방 의료 사역을 진행해 주셨습니다.
저희 부부도 옆에서 진료를 보조하며 기도로 함께했습니다. 선교사님께서는 "대부분의 여성이 폴란드에 와서 너무 힘든 일을 하다 보니 몸을 제대로 돌보지 못해 많이 상해 있다"며 안타까워하셨습니다. 실제로 이곳의 난민 여성들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식당 주방일, 호텔 청소, 마트의 무거운 짐을 나르는 일 등 고된 육체노동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선교사님의 정성 어린 치료와 섬김이 지친 이들에게 잠시나마 위로가 되고, 틀어진 몸들이 회복되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라며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특히 체르노빌 원전 사고 세대에 태어난 젊은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기저 질환들에 대해 듣고 진단할 때는 가슴이 미어지는 듯 아팠습니다.
예수님의 보혈과 섬김의 손길이 그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했으리라 믿습니다.
함께 기도해 주세요
동역자님의 기도가 이곳에서는 생명선이 됩니다.
다음 제목들을 위해 잠시만 시간을 내어 손 모아 주십시오.
1. 저희 부부가 날마다 성령 충만하며, 영육 간에 강건하여 맡겨진 사명을 기쁨으로 감당하고, 자녀들이 주님 안에서 굳건한 믿음으로 살아가게 하시고, 주님께서 예비하신 좋은 배우자를 만나 복되고 건강한 그리스도의 가정을 세우게 하소서.
2. 독일로 이주한 나타샤 가족이 잘 정착하고, 자녀 사샤와 장애가 있는 파샤가 믿음 안에서 성장하게 하소서.
3. 침례 받은 5명의 성도가 예수님을 닮아가며, 우크라이나 땅에 속히 평화가 임하게 하소서.
4. 내년 8월, 폴란드 내 5개 교회가 연합하여 준비하는 청년 수련회의 과정과 재정을 채워 주소서.
5. 루블린 센터가 우크라이나 난민들에게는 소망을, 지친 선교사님들에게는 쉼을 주는 은혜의 공간이 되게 하소서.
6. 선교 훈련을 마친 바르샤바 한인교회 성도들이 각자의 삶에서 선교사로 살아가게 하소서.
7. 고된 노동과 전쟁의 트라우마로 병든 우크라이나 난민들의 몸과 마음을 주님께서 친히 고쳐 주소서.
동역자님들을 위한 기도
고국의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기꺼이 옥합을 깨뜨려 '보내는 선교사'가 되어주신 성도님들의 헌신에 가슴 깊이 감사드리오니, 그 떨리는 손길과 삶의 터전 위에 사르밧 과부에게 허락하셨던 마르지 않는 하늘의 풍성한 채우심이 임하게 하옵소서.
눈보라 치는 선교지에서 저희를 버티게 하는 힘은 오직 동역자님의 눈물의 기도임을 고백하며, 이곳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땅에서 피어나는 생명의 열매가 여러분의 삶에도 동일한 위로와 승리의 간증이 되기를 간절히 축복하며 기도합니다.
감사하고 사랑하며 축복합니다.
2024년 11월의 끝자락에서,
폴란드에서 이경옥 정선경 선교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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